자작시

목련꽃 아래에서

불량아들 2013. 11. 14. 10:34

목련꽃 아래에서

 

4월이었다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 골목길이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오메 반갑다. 또 이렇게 피워줘서 겁나게 고맙다야.’

연신 중얼거리고 계셨다

마치 주문을 외우고 계신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랑곳없다는 듯 감탄해 마지않았다

목련이 참 예쁘게도 피었었다

봄바람이 곱게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할머니께서 내년에도 이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이렇게 간절하게 목련꽃을 다시 보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아침이었다

 

<뷰티라이프>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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