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아래에서
4월이었다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 골목길이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오메 반갑다. 또 이렇게 피워줘서 겁나게 고맙다야.’
연신 중얼거리고 계셨다
마치 주문을 외우고 계신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랑곳없다는 듯 감탄해 마지않았다
목련이 참 예쁘게도 피었었다
봄바람이 곱게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할머니께서 내년에도 이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이렇게 간절하게 목련꽃을 다시 보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목련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아침이었다
<뷰티라이프> 2013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