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평화주의자

불량아들 2014. 10. 14. 12:04

평화주의자

 

아내와 손잡고 출근하다

아랫집 재건축 현장을 봅니다

나무가 많았던 낡은 기와집이었습니다

인부들 근육이 울퉁불퉁합니다

유월 햇살에 땀이 빛납니다

우리는 출, 퇴근시마다

공사 현장을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하루는 인부들이 모자라다고

팀장인 듯한 사람이 투덜투덜 혼잣말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우리 집 짓듯 구경하다가

한마디 합니다

-막걸리라도 몇 병 사다주면 인부들 좋아하겠네

잠깐 뜸들이다가 내뱉는 마누라 말이 가관입니다

-막걸리보다 젖 한 모금씩 주면 인부들 더 난리 나겠네

-아따 그럼 공사판 인부들이 줄을 서겄다야

우리는 실없이 크게 웃습니다

유치원생 형제가 손잡고 마구 뛰어갑니다

 

<뷰티라이프> 2014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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