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부 치매
나희 언니 친정아버지
젊었을 때
돈 많고 인물 좋은
세무공무원
뭇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
바람기도 다분해 바람 잘날 없었다네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백발성성
치매까지 왔다네
요양병원 신세까지 졌다네
제 버릇 누굴 주나
병원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
예쁜 간호사 치마 들추고
얼굴 삼삼한 간병인은
내 마누라라고 엄지손 치켜세웠다네
하루는 갓 시집온
상큼한 손자며느리
시어머니의 지엄한 부탁받고
병원을 찾았네
며느리 교육 차원
나희 언니 이르길
-시할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더라도 웃어 넘기거라
단단히 일렀다네
며느리,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
-어찌 잘 다녀왔니?
-병원에 다시 오지 말라 하더이다
-아니 왜?
-병원에 오지 말고 병원 밖에서 만나자 하더이다
치매도 이 정도는 돼야
대장부 치매 아니겠는가
<뷰티라이프> 201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