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사는 것
두 달 전부터 잡은 저녁 약속이 있던 날 아침,
허리 끊어지는 아픔으로
119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날,
긴 주사를 맞고 한잠 끝에 문자를 한다
-그대들은 허리 아프지 않아서 좋겠네
부모님 팔순 잔치를
화창하게 치른 친구에게 한 마디
-두 분 다 살아 계셔서 무지 좋겠네
저녁을 먹고
뱃살이 무서운 아내와 동네 한 바퀴
세 해 전에 아내 잃고
혼자 사는 이웃집 형님
-예쁜 아내랑 함께 해서 좋겠다
혼잣말 하네
대문 나서자
가을 햇살 아래
찬란하게 말라가는 빨간 고추
마치 햇볕 없이 제 스스로를 뒤집어
때깔 좋게 마른다는 듯
<뷰티라이프> 201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