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대장부 치매

불량아들 2014. 12. 18. 15:41

대장부 치매

 

나희 언니 친정아버지

젊었을 때

돈 많고 인물 좋은

세무공무원

뭇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

바람기도 다분해 바람 잘날 없었다네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백발성성

치매까지 왔다네

요양병원 신세까지 졌다네

제 버릇 누굴 주나

병원 내에서도 소문이 자자

예쁜 간호사 치마 들추고

얼굴 삼삼한 간병인은

내 마누라라고 엄지손 치켜세웠다네

하루는 갓 시집온

상큼한 손자며느리

시어머니의 지엄한 부탁받고

병원을 찾았네

며느리 교육 차원

나희 언니 이르길

-시할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더라도 웃어 넘기거라

단단히 일렀다네

며느리,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

-어찌 잘 다녀왔니?

-병원에 다시 오지 말라 하더이다

-아니 왜?

-병원에 오지 말고 병원 밖에서 만나자 하더이다

 

치매도 이 정도는 돼야

대장부 치매 아니겠는가

 

<뷰티라이프> 201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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