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떤 축사

불량아들 2015. 11. 16. 14:04

어떤 축사

 

느그덜,

성공허려고 무지 애쓰덜 말어잉

사람이란 게

되는 놈은 되고 안 되는 놈은 안 되는겨

머리 안 좋은디 공부 잘하려고 발버둥치덜 말랑게

잘하는 걸 하는겨

달리고 공차고 노래 부르고,

할 일이 얼매나 많은겨?

행복지수를 낮추고 거기에 도달하면 기뻐해야는겨

성공이 별거간디

엎어지는 친구가 있으면 일으켜주고

여자 친구 땜시 싸우면 안 돼잉

선상님한티 땡깡부리지 말고

침 암 데나 막 뱉으면 안 되겄지?

세상은 즐거운 곳이여

시방 하기에 인생이 달렸당게

내는 농사지으며 여지 것 살아왔지만

여그가 젤 좋구만

별로 이쁘진 않지만 내 마누라가 최고여

우리 어무니가 형제가 이웃이 젤이여

우리나라가 왔따여

우리는 그렇게 여기며 시방까지 살아왔당게

누굴 탓하면 뭐한당가

인자 운동장에 잔디도 새로 깐당게

속 시끄러운 일이 있으면 공으로 힘껏 차부러

그렇게 어깨동무하고 살드라고잉

 

아따 우리 이장님

시골 중핵교 운동장 잔디 까는 축사

멋지게 해부네잉

 

<뷰티라이프>2015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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