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천, 봄
하얀 솜뭉치 검은 솜뭉치
두 뭉치가
아장아장
봄날 성북천을 걷고 있다
두 솜뭉치가 주인이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주인 하녀는
안절부절 방향잡기에 바쁘다
성북천 물길이
상전이 된 개를 인도하고
잔바람이 성당 종소리를 몰고 오면
고양이들은 하나 둘씩 기지개를 켜고
일곱 마리 새끼를 거느린 어미오리는
바쁘디 바쁘다
오가는 사람들은 늦으면 안 된다는 듯
햇살을 놓치고
노란 꽃잎 접는 영춘화를 잊는다
하얀 솜뭉치와 같은 신발을 한 아이가
봄바람을 타고 두둥실
왜가리는 물고기 찾아 두둥실
아래를 향하는 성북천은 무심한 듯
구름만 안고 흐르고
<뷰티라이프>2020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