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성북천, 봄

불량아들 2021. 2. 1. 14:40

성북천, 봄

 

하얀 솜뭉치 검은 솜뭉치

두 뭉치가

아장아장

봄날 성북천을 걷고 있다

두 솜뭉치가 주인이다

검은 비닐봉지를 든 주인 하녀는

안절부절 방향잡기에 바쁘다

 

성북천 물길이

상전이 된 개를 인도하고

잔바람이 성당 종소리를 몰고 오면

고양이들은 하나 둘씩 기지개를 켜고

일곱 마리 새끼를 거느린 어미오리는

바쁘디 바쁘다

오가는 사람들은 늦으면 안 된다는 듯

햇살을 놓치고

노란 꽃잎 접는 영춘화를 잊는다

하얀 솜뭉치와 같은 신발을 한 아이가

봄바람을 타고 두둥실

왜가리는 물고기 찾아 두둥실

아래를 향하는 성북천은 무심한 듯

구름만 안고 흐르고

 

<뷰티라이프>202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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