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수업료

불량아들 2006. 4. 17. 11:03

수업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이맘 때만 되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육십만 원이면

황소 한 마리가 아니라

그 크기만큼의 상처를

도려내는 것이 아닌지

시골의 부모님은

보기도 어려운 고지서를 받아들고

많은 돈에 대견해 하며

서로의 허리를 쓰다듬기도 하지만

이제 일 년만 기다리면

올림픽복권처럼

오백 원 짜리가 일억 원이 되는

희한한 복권처럼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는 터이지만

돈도 백도 없는 서울의 대학생인 나는

쌀밥보다 더 미끈한 시를 꿈꾸지만

고향보다 더 감칠나는 노래를 꿈꾸지만

그런 노래가 더 굽을 부모님의 허리를 펴게 할 수 있을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이맘 때만 되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1987.4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놀이  (0) 2006.04.17
  (0) 2006.04.17
  (0) 2006.04.17
무제  (0) 2006.04.17
눈3  (0) 200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