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이맘 때만 되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육십만 원이면
황소 한 마리가 아니라
그 크기만큼의 상처를
도려내는 것이 아닌지
시골의 부모님은
보기도 어려운 고지서를 받아들고
많은 돈에 대견해 하며
서로의 허리를 쓰다듬기도 하지만
이제 일 년만 기다리면
올림픽복권처럼
오백 원 짜리가 일억 원이 되는
희한한 복권처럼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는 터이지만
돈도 백도 없는 서울의 대학생인 나는
쌀밥보다 더 미끈한 시를 꿈꾸지만
고향보다 더 감칠나는 노래를 꿈꾸지만
그런 노래가 더 굽을 부모님의 허리를 펴게 할 수 있을까?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이맘 때만 되면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문득
19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