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랩] Re:비오는 날의 일기

불량아들 2006. 4. 18. 13:37
밤비

이것은
동학군의 고함소리
삼일절의 만세소리
육이오의 따발총소리

낭자하게
소리의 역사를 아느냐 묻더니

이윽고 오뉴월 산사
스님의 목탁소리

시방은
시골 시악시
젖무덤 크는
소리


밤새 비가 내렸습니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저는 세상의 수런거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솔바람 소리, 풀 위를 기어가는 뱀의 사각거림,
달빛 아래 이화꽃 벙그는 소리, 뜨거운 태양볕 속 자갈들의 수근거림...
공해로까지 인식되는 인간들의 떠발림만 빼면
자연의 모든 소리들은 감동 그 자체지요.
깊은 밤, 촛불을 켜놓고 책을 바라보다가
창밖 빗소리에 황홀경에 빠집니다.
'후두둑' '후두둑'
들리지요?
양철지붕 위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
세상은 고요한데 빗방울 소리만이 천지에 가득합니다.
이 빗방울 소리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합니다. 참으로 많이...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밤비는 그치고 간헐적으로 '뚝' '뚝' 떨어집니다.
마치 산사의 스님의 목탁소리처럼 청명하고 맑습니다.
세상의 모든 오욕을 씻어가는 듯한 소리,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소리.
'똑 똑 똑'
그리곤 세상은 다시 고욥니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 수런거림이 있지요.
다만 우리가 듣지 못할 뿐.
들리지요?
배꽃처럼 하얗고 순수한 시골 언니,
누이들의 가슴 고동치는 소리.
아련하게 들리지요?
밤비가 그친 유월의 밤은 그렇게 익어갑니다.
열어놓은 창을 통해 익어가는 밤을 느낍니다.

대화하다가 컴퓨터를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창밖 빗소리를 듣기에 왠지 컴퓨터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아침에 님의 글을 읽다가 전에 끄적거렸던 밤비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실은 어제 저녁에 옛날 노트를 어슬렁거리며
추억에 잠겨 보기도 했었습니다.
아침에도 여전히 비는 오네요.
오는 비가
님의 생활에 좋은 활력소로 다가가기를 빌어봅니다.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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