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성깔 깨나 내고 있습니다.
왕그니,
지난 일주일간 술 속에서 정신없이 헤매고 있었습니다.
술이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이 맨 정신으론
감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술기운이라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하면 핑계겠지요.
참기 힘든 상황이 오면 어떻게들 이기고 계신지요?
어제 하루 점드락 집에서 헤매고 있는데
자정이 지나서 빙도 오빠가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습니다.
정신이 확 들더군요.
그래도 나를 위해
염려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녀석 말대로 "잊을 건 잊고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인간은 망각이란 참으로 유용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정신 공황 상태.
혹시
경험들 해 보셨는지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기억과 경험과 도덕,
이 모든 것들이 컴퓨터 화면 지워지듯이
사라져버리고,
그 놀라운 사실 앞에서 허둥대는 모습.
빙도 오빠 집에 마실 오는 여러분께는
이런 경험이 평생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록의 인생을 살아가는 왕그니에게
이런 상황이 닥친 것은
부록 인생을 더 멋지게 풀어보라는
하느님,
예수님, 부처님의 계시려니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따뜻한 날씨에 건강들 챙기시고
한국 축구 응원도 열심히
합시다.
200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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