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빗소리

불량아들 2006. 4. 18. 13:28

빗소리에 아스라이 눈을 뜨니
사무실 책상 앞입니다.
왕그니 또 술 처묵고 사무실에서 잤나 봅니다.
얼릉 정신차려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그나저나 창밖의 빗소리는 너무 황홀합니다.

저 빗소리는 누가 누구에게 보내는 신호일까요?

욀랑가 모르것습니다.
옛적에 '밤비'라고 끄적거린 적이 있지요.

밤비

이것은
동학군의 나팔소리
삼일절의 만세소리
육이오의 따발총소리

낭자하게
소리의 역사를 아느냐 묻더니

이윽고
오뉴월 산사
스님의
목탁소리

시방은 시골 시악시
젖무덤 크는
소리

마지막의 고요함은 아니더라도
시방 창밖의 빗소리는 너무 아련합니다.
누가 저리도 처량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요.

빙도 오빠집의 모든 마실꾼들은
이 빗소리가 적어도
왕그니만큼은 가슴 시리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냥, 누구와 같이 손잡고
느끼고픈 빗소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비는 계속 오네요.

다들 즐거운 장마철 되시길...

200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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