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삼행시..

불량아들 2006. 4. 18. 13:14
디어칸나 님!!!

아침 일찍(?) 빙도 오빠 전화를 받고 어렵게 눈을 떴다가,
침대 위에서 뒹글뒹글하다가 이제서야 출근했습니다.
오늘 배열한다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으라고
우리 기자들한테는 큰소리 쳤는데 이 무신 직무유깁니까! 우리 여기자들도 이제 만성이 됐는지
미안해 삐질삐질 들어오는 왕그니에게 모두들 미소만 보냅니다.
구여운 우리 여기자들입니다.

디어칸나 님 말씀마냥 '비 오는 날'을 소재로
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셨군요.
빙도 오빠집에 잠깐씩 짬을 내서 들어왔다가
후다닥 사라지는 바람에 디어칸나 님이 올려주신 시들은
그간 자세히는 보지 못했습니다.
올린 시들이 왕그니가 좋아하는 시하고 중복되는 것이
많아 디어칸나 님이 왕그니와 연령대가 비슷한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대라니요,
왕그니가 아무리 철이 덜 들었다곤 하지만
미치고 팔짝 뛸 일입니다.

야그가 뱀다리로 흘렀습니다.
디어칸나 님 글 읽고 올려주신 천양희 시인과
양성우 시인의 '비 오는 날'을 찾아 읽었습니다.
양성우 씨 작품은 첨 대하는 것 같고, 천양희 씨 시는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 칸나 님 글 맛있게 잘 읽고 있었습니다.
왕그닌 말 재주, 글 재주가 신통찮아서 칸나님
감성 넘치는 글 읽으며 많이 부러워하곤 했지요.

글고 왕그니 진짜 이름이 알고 싶으시다구요?
옛날 옛적 70년대 후반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기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던 짓이 유행일 때가 있었지요. 그때부터 왕그닌 이렇게 주장했지요.

이 쁘고
완 전하고
근 사한 사람이 왕그니라고...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그때 왕그니와 절친했던 친구 놈은 이렇게 주장했지요.

이 티같이 생긴 놈은
완 전하게 분장해도
근 본은 못 속여... 라고.

이제 됐나요?
전자건 후자건 선택은 칸나님 결정에...

어제 미용실에 갔었다구요.
칸나 님과 같은 고객을 맞아 죽이고 살리는(?)
남자미용사는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 남자 미용사 부러버 죽겠네.
단발커트를 했다니,
아침 이슬같이 맑고 상큼한 모습이 떠오르네요.
한 때 비달 사순 보브커트가 유럽은 물론
우리 나라에서 큰 유행을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었지요.

커트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고교시절
시골 뒷집에 왕그니 또래의 여학생이 한 명 있었지요.
어느 날 초가을 무렵 무심히 골목길을 지나가다
그 여학생이 마당 우물가에서 샴푸로 머리를 감다가
우연히 왕그니와 눈길이 마주친 적이 있었지요.
그 상큼한 모습이란....

새벽녘 두세 시간씩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칸나 님이 왕그닌 마냥 부럽습니다.
한옥풍의 피아노학원 옆에서 다이어트 줄넘기를 하는
건강한 미인을 관찰할 수 있는 그 아자씨가
왕그닌 넘 부럽습니다.
그러나 박남준의 시를 같이 읽자고 추천하는
칸나님이 있어 왕그닌 무척 행복합니다.

<다만 흘러가는 것을 듣는다> '툇마루에 앉아.....'
라고 시작되는 걸로 기억나는군요. 맞나요?
할머니 얘기가 나왔던 시 같은데
집에 가면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박남준 씨 시는 '동백' '산중일기' 등
제목만 생각나는 것이 몇 편 있네요.
특히 '동백'은 처음 읽을 때 하도 좋아서 베껴 써 본
기억도 나는데 지금은 욀 수가 없네요.
이번 기회에 박남준 시인을, 시를
먼지 속 책장 속에서 구출해보지요.

말 못하는 왕그니가 오늘 너무 떠들었습니다.
우리 여기자들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보는데
이만 병아리타법은 접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빙도 오빠집에 맛있는 글 가지고
자주 마실 나오시고, 참 언제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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