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동네 사람들, 빙도 좀 말려줘요...

불량아들 2006. 4. 11. 13:48
동네 사람들, 빙도 좀 말려줘요..

연일 막중(?)한 폭주로 왕그니,

시방 몸과 마음이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8일이 아니라 9일을 마시는가 봅니다.

해서,
어제는 작심하고 집에 일찍 들어갔습니다.
젊은 놈이 이러다가 황천길로 직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뜽금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시방 죽으면 처먹을 것 다 처먹은 나는 억울하지 않지만

우리 이쁜 딸내미는 어찌하란 말입니까.

일찍 들어가 오늘은 혹사한 몸땡이를 함 푹 쉬게 해주리라 그런 비장한 각오로

김해에서 오신 원장님의 간곡한 술자리 요청도 뿌리치고 집으로 직행했지요.

장하다, 왕그니!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300 미터 가량의 거리에서

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의혹에 찬 시선과 질문을 수없이 받아야만 했습니다.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얼라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어디 많이 아파요?"

쓰발, 내가 왜 이 지경이 됐나...

좌우당간 독립투사의 심정으로 집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샤워하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몸은 천근만근인데 잠이 오지 않는 거 있지요.
환장하겠더라구요.

오랜 실랑이 끝에 잠이 오려는 찰나 핸드폰이 요란 뻑적지근하게 울려댑니다.

"나야, 형인데 뭐하고 자빠졌냐?"

누굴까요?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우리의 잘난 <술꾼> 빙도 씨 말고는...

지랄났다고 9시밖에 안 됐는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집앞 포장마차라며,

빨리 나오라고 공갈협박입니다.

타이르고, 얼르고, 윽박질러서, 그만 마시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겠다는

약속을 받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러나 웬걸...
자정이 지나서 또 핸드폰이 비명을 질러댑니다.

"빨리 안 나오고 집에서 X빨고 있냐"

웬수, 웬수, 으이그 웬수!!!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에 나는 잠을 설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가 빙도 씨 좀 말려줘요...
나 진짜로 피곤혀, 잠 좀 자자, 잠 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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