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시골에서 온 전화

불량아들 2006. 4. 18. 13:44
시골에서 온 전화


늦은 시간
시골에서 어머니 전화가 오네
오늘
장팔리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 하네
멀쩡하게
산 두렁에 있는 밭의 비닐을 거두다가
어지러워서 병원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돌아가셨다 하네
그 양반
밭에 올 때마다
물 마신다며 들어와
객지에 있는 딸 자랑 해가 지도록 늘어놓더만
참 좋게 세상 사시더만
벌써 돌아가셨네
하시네
장팔리 아주머니 선행이 꼬리를 무네
전화기 속의 목소리가 하도 간절하기도 하여
나는 장단만 맞추는데
"야야, 근디 왜 좋은 사람들은 빨리 돌아가시는지 몰라"
전화기 저쪽, 시골 어머니의 목소리가
서울의 바쁜, 아들내미의 귓전을 아직도 맴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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