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집집마다 청첩장이 날아드는 결혼철이다. 지인이 보내온 청첩장에는 보통 ‘모시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초대의 글이 씌어져 있다. 대부분 ‘저희 두
사람’으로 시작해 ‘사랑과 믿음으로’로 이어지고 ‘축복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끝나기 일쑤다. 이렇게 흔하고 평범한 청첩장 문구 대신 토박이말이나
옛말로 특색 있는 인사말을 써보면 어떨까.
최근에 나온 우리말에 관한 책에서 결혼과 사랑에 관한 토박이말을 찾아보았다. 참고한 책은
‘어휘력을 쑥쑥 키우는 살려 쓸 만한 토박이말 5000’(최기호 지음, 한국문화사),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박남일 지음,
서해문집), ‘한국어 어원사전’(조영언 지음, 다솜출판사) 등이다.
다음은 청첩장 전문 쇼핑몰인 바른손카드의 인기 인사말 중
하나이다. “두 사람이 사랑으로 만나 진실과 이해로써 하나를 이루려 합니다. 이 두 사람을 지성으로 아끼고 돌봐주신 여러 어른과 친지를 모시고
서약을 맺고자 하오니 바쁘신 가운데 두 사람의 장래를 가까이에서 축복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 청첩장 문구를 토박이말로 바꾸어
보면 아래와 같이 된다. “두 사람이 다솜으로 만나 미쁨(믿음)으로써 옴살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어른과 아음(친척), 벗들을 모시고 가시버시의 살부침(인연)을 맺고자 하오니 바쁘시더라도 꼭 오셔서 두
사람의 앞날에 비나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두 사람 한살매(평생) 서로 괴오는(사랑하는) 마음으로
의초롭고 살뜰하게(매우 알뜰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청첩장 문구와는 상관없이 토박이말로
초대하는 글을 써도 된다. 아래는 토박이말을 사용하여 쓴 초대 문구의 한 예다. “그린내(연인)로 만나 꽃무리(불타는
사랑)를 이루고, 이제 결혼하여 서로 옴살(마치 한 몸같이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이 되어 다솜(사랑)으로
의초롭게(부부 사이에 정답게) 살아가는 가시버시(아내와 남편)가 되겠습니다. 꼭 오셔서 두 사람의 앞날에
비나리(축복의 말)를 해 주세요.”
이 밖에도 결혼과 관련된 토박이말이 꽤 있다. 지금은 잊히거나 한자어에 밀려 잘
쓰이지 않지만 토박이말이라 그런지 더 예쁘고 정겹다. 우선 ‘꽃잠’은 결혼 후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을 일컫는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랑신부에게 “첫날밤은 어땠어?”라고 묻는 대신 “꽃잠 잘 잤어?”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겠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보통 친구나 가족을 초대해 집들이를 한다. 이때 집들이는 갓 이사한 집이나 신혼집을 보여주는 일을
말한다. 새집을 인사 겸 구경삼아 찾아보는 일은 원래 ‘집알이’라고 해야 맞다. 초대하는 신혼부부는 ‘집들이 한다’라고 말하고
손님은 ‘집알이 간다’라고 하면 된다.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춰 부르는 말로 ‘가시’는
아내, ‘버시’는 남편을 뜻한다. 부부를 뜻하는 말로 ‘한솔’이라는 토박이말도 있다. 요즘 갓 결혼한 신혼부부는 서로를
부를 때 ‘자기’라는 호칭을 많이 쓴다. 이 ‘자기’에 해당하는 토박이말이 바로 ‘이녁’이다. “자기야”라는 말 대신 가끔
“이녁아”, “이녁이~”라는 말을 써보면 부부 사이에 색다른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유부녀,
유부남에 해당하는 토박이말도 있다. ‘핫어미’는 남편이 있는 여자를, ‘핫아비’는 아내가 있는 남자를 뜻하는 말이다.
유부녀라는 말 대신 핫어미를, 유부남이라는 말 대신 핫아비를 한번쯤 사용해 보자. 한자어 대신 잊힌 토박이말을 살려 쓰는 것도 오는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결혼에 관련된 토박이말로는 새색시는 ‘새내기’, 신랑은
‘사내기’, 신부가 결혼하는 날 입는 옷은 ‘첫날옷’, 결혼예물은 ‘이바지짐’, 혼인할 상대편 집안사람들을
만나보는 일(상견례)은 ‘사돈보기’, 새색시가 혼인한 며칠 뒤에 시부모를 뵈러 가는 예식은 ‘풀보기’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