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남산골한옥마을>의 산책

불량아들 2006. 6. 29. 14:47

점심을 설렁탕으로 설렁설렁 먹고

사무실 근처 <남산골한옥마을>로 산책을 갑니다.

 

한옥마을 후문으로 들어서자 물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물 소리를 따라 개울쪽으로 다가가자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의 양이 대단합니다.

서울 도심에서 듣는 또랑물 소리가 그 어떤 소리보다 투명하고 좋습니다.

 

옛 분들이 그랬지요,

 

"거문고 뜯는 소리와 바둑 두는 소리가 좋다하나,

어린아이 글 읽는 소리가 젤이다."라고.

 

오늘은 여기에,

'서울 한복판에서 듣는 또랑물 소리가 젤이다'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듣기 좋은 소리를 내는 개울물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걷습니다.

작은 둠벙이 있는 곳에선 물을 만나 신난

소금쟁이,  송사리의 흥겨운 몸짓도 구경합니다.

 

날씨는 후텁지근합니다.

 

물길 따라 마침내 도착한 큰 연못이 있는 곳.

연못 속에선 잉어들이 유월의 한낮을 즐기고 있습니다.

 

수초 속에 몸을 숨기고 쥐 죽은듯 숨어 있는 녀석,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물 밖으로 솟구쳐오르는 놈,

어떤 녀석은 물길 반대편으로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같은 잉어지만 그야말로 가지가지 방법으로 놀고 있습니다.

 

가지가지 방법으로 놀고 있는 놈들은 잉어만이 아닙니다.

 

연못 근처 풀밭에는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잔디를 이불 삼아 오수를 즐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할 일 없이 풀잎을 뜯어 먹는 녀석도 있습니다.

사자가 소화가 안 될 때 풀을 먹는다는 말은 들었어도

비둘기가 풀잎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 한량없습니다.

 

아니 근데, 응큼한 몇 녀석은 암컷인 듯한 비둘기 옆에서

목털을 치켜세우며 '구구구' '구구구' 꼬시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바람둥이는 꼭 있기 마련인지 한 녀석은 이 비둘기, 저 비둘기 가리지 않고

'구국' '구국' '구국' 찝적대며 오가고 있습니다. 참내...

 

어떤 녀석은 세상사 내 일 아닌척 발을 물에 담그고 목욕에 열심입니다.

머리를 물 속에 집어 넣었다 몸부림을 치기도 합니다.

 

같은 잉어고 비둘기인데도 이처럼 개성 있게들 놉니다.

나도 잠시 이 녀석들과 한 족속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깡통 소리에 놀라 후두둑후두둑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보며

발길을 사무실로 돌립니다.

 

돌아오는 길엔 토끼풀을 뜯어 꽃시계도 만들어 봅니다.

개울물 소리는 여전히 귓가를 맴돌며 발길을 천천히 천천히 붙잡습니다.

 

세상 일은 자세히 보면 이처럼 참 재밌습니다.

 

  2006.6.29  14:47

 

 

 

'오늘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값싼 하루  (0) 2006.07.03
이런, 물이 없네  (0) 2006.07.01
중앙회 총회  (0) 2006.06.28
6.25 그리고...  (0) 2006.06.25
촛불처럼....  (0) 200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