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혜화역에서 40대로 보이는 부부가 탄다.
부부 모두 눈에 표시나게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지체장애가 있는 것 같다.
주위를 둘려보며 부인의 손을 이끌고 경노석에 나란히 앉더니만
어눌한 말투로 소곤소곤 얘기하는 폼이 정겹다.
사랑스런 눈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기도 하고 두 손을 꼬옥 잡기도 한다.
동대문운동장역에 도착하자,
"여기가 충무로역이에요?"
남편이 띄엄띄엄 묻는다.
"충무로역은 다음 정거장이에요." 대답하자,
따라 일어서던 부인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자리에 다시 앉힌다.
행동 하나 하나에 애정이 가득 묻어 있다.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 부부를 바라보는데,
눈이 마주치자 함박꽃만한 웃음을 내게 날린다.
비록 육체는 고장 났을지 모르지만 싱싱한 영혼이 느껴진다.
다시 고개를 돌려 부부를 바라보는데,
두 손을 꼬옥 맞잡은,
활짝 핀 장미 두 송이 내 눈에 비치네.
2006. 7.14. 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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