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버들잎 經典 -박해람-

불량아들 2006. 10. 4. 22:57

      버들잎 經典

 

물가에 버드나무 한 그루

제 마음에 붓을 드리우고 있는지

휘어 늘어진 제 몸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휙휙 낙서를 써 갈기고 있다

어찌 보면 온통 머리를 풀어헤치고

헹굼필법의 머리카락 붓 같다

발 담그고 머리 감는 갠지스 강의

순례객 같기도 하고.

낙서로도 몇 마리의 물고기를

허탕치게 하는 재주도 부럽고

낙서하기 위해

몇십 년을 허공으로 오른 다음에야 그 줄기를

늘어뜨릴 줄 아는 것도 사실 부럽다

쓰자마자 지워지는

저만 아는 낙서 경전(經典)

지우고 또 지우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지며 흐를 뿐이지만

물 묻은 제 마음이 물 묻은 제 문장을 읽는

제가 저를 속이는 독경(獨經)

지구의 모든 문장이 저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참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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