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불량아들 2007. 3. 2. 10:36

눈물은 왜 짠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

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시자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

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

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

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

야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

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

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

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

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

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

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

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

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

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

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

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 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

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며칠 동안 지방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봄이 오는 시골 산천은 정답기 그지없었지만

어제와 그제는 고향 근처를 그냥 지나치고 왔드랬습니다.

 

고향 근처를 지나며 어릴 적 추억과 함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어머니였습니다.

세상의 어머니는 다 똑같습니다.

마침 떠오르는 시가 있어 다시 펼쳐 읽어 보았습니다.

 

언젠가, 눈물이 짠 이유는 '심장이 내는 땀방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고향 근처를 지나며 했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의 품안이 그리운 비 오는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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