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문자 한 통과 오규원 선생

불량아들 2007. 2. 6. 11:45

어제의 피로로 늦은 아침, 출근을 하는데

이쁜 사람한테서 문자가 온다.

 

 

한적한 오후다

불 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나는 나무 속에서 자본다

 

 

오우, 감탄하고 있는데,

오규원 시인의 유고시란다.

 

갑자기 며칠 전에 돌아가신 시인이 생각난다.

그가 그리워진다.

 

살아 생전 그 분을 뵌 적은 없다.

그래도 독자의 입장에서 만나고 싶은 작가나 시인은 있을 수 있다.

특히 나에게는 살아 생전의 김종삼 시인을 못 뵌 것이 억울하다.

오규원 선생은 며칠 전에 돌아가셨으니 더 억울하다.

 

그 밖에도 황동규, 박성룡, 박재삼, 정현종, 황지우 선생은 함 보고 싶다.

막걸리 한잔 같이 하고 싶다.

 

문자를 받으니 오규원 선생의 시가 더 머릿속에 맴돈다.

'한 잎의 여자'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박재삼 선생의 '울음이 타는 저녁강'처럼 읽으면 마냥 좋은 시...

 

한때 오규원 선생의 시에 도취된 적이 있었다.

누가 개봉동에 산다고 하면 장미가 생각나는 것은 그의 시 '개봉동과 장미' 때문이었으며,

새벽 2시와 3시 사이에 문뜩 문뜩 내가 잘 못 살고 있다는 생각도 그의 시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가고

오늘 나는, '한 잎의 여자'를  찾아 읽고 또 읽으리라...

 

문자 한 통이 한 사람을 생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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