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남대문시장 포장마차

불량아들 2007. 1. 31. 10:26

모처럼만에 남대문시장에 간다.

 

학교 다닐 적부터 교보문고랑 남대문시장을 자주도 갔었다.

교보문고에서는 갓 시집온 시골 새댁같은 신간이랑 할머니 냄새가 나는

오래된 책들을 맘껏 구경하곤 했었다.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났을 때의 행복함을 그 무었으로 비교했으랴.

 

남대문시장에서는 온갖 물건들이랑 넘쳐나는 군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된다 싶으면 교보문고나 남대문시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특히 남대문시장의 좁은 길목에 진을 치고 있는 포장마차에 들러

대합국물에 막걸리를 마시거나 갖은 양념과 채소를 잔뜩 썰어넣고 볶은

곱창을 안주삼아 마시는 소주 맛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그런 남대문시장에 모처럼만에 행차, 옛일을 상기하며 포장마차에 들어간다.

곱창과 소주를 시킨다.

오랜만의 추위가 포장마차를 점령하려 한다.

바람은 깃발 펄럭이듯 포장마차를 뒤흔들며 지나간다.

포장마차 안을 힐끔거리는 행인들의 볼들이 발갖다.

눈발이라도 성글게 내린다면 금상첨화리.

이쁜 그녀는 두 잔, 나는 나머지 잔을 비운다.

 

'품앗이'에서 막걸리 잔치하고 있다고 핸드폰이 울어댄다.

냉큼 달려가 품앗이에서 인삼막걸리 몇 항아리,

일행을 끌고 집에 가서 또 몇 병 묵는다.

 

 

술 묵으면 종합적인 사고의 둑이 무너지고

쭈볏쭈볏 편견만 돋아난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술 묵고 이쁜 딸내미한테 전화하지 않겠다고 전화한다. 헤헤~~^^*

 

 

살아가는 일이 언듯언듯 행복하기도 하고 잠시 멍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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