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랩] 허허 고놈 참....

불량아들 2006. 3. 6. 14:06
오늘이 정모날이네요.
아빠는 가슴이 설렌당게요.
마니들 오셔얄틴디요잉...

날씨가 참말로 쥑이네요.
천고마비란 말이 실감나는 가실 날씨랑게요.

아빠는 책상 앞에 앉아 사색에 몰두(?)하다가
아름다운 날씨를 핑계 삼아
근처의 남산골 한옥마을로 산책을 나갔지요.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요.
아빠는 종종 생각해야 할 일이 있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
또는 오늘 같이 날씨가 환장하게 좋거나 부슬부슬 비가 내릴 때,
이곳을 혼자 찾곤 하지요.

정문에 들어서자 가이드가 중국 관광객 30~40여 명을 상대로
한옥마을 설명에 땀을 흘리고 있더만요.

정문을 들어서면 연못이 있고
연못 속에서는 토실토실, 울긋불긋한 잉어들이 유유자적하고 있습니다.
'저 녀석들은 시원하기도 허겄다'는 쓰잘디없는 생각을 하며
모처럼의 여유를 느그적거리며 만끽해 봅니다.

연못 주변에는 비둘기들이 삼삼오오씩 모여 먹이 찾기에 바쁩니다.
잉어들의 연못을 무단 침입해 고양이 세수를 하는 간 큰 비둘기 몇 놈도 목격됩니다.

인간들이 돈 쩝이나 벌겠다고 아둥바둥할 때도
이렇게 여유를 풍기는 공간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오는 한 뼘의 행복!!!!

그런데 갑자기 비둘기들의 광풍이 이 평화를 깹니다.
중국 관광객 중 한 명이 비둘기 먹이를 주자
어떻게 알았는지 모든 비둘기들이 모이 주는 쪽으로
바람 피다 들통나 담 넘어 도망가는 단군 님처럼 빠르게도 날아갑니다.
순식간의 일이었지요.

'허 고것들 날쎄기도 하다.'

비둘기들은 한 알이라도 더 먹겠다는 듯 쥥국 놈 주변을 맴돌며 아귀다툼을 벌입니다.

근데 신기하게도 비둘기 한 녀석이 연못가 바위에 꼿꼿하게 앉아 있습니다.
연못 속 잉어들의 노님만 하염없이 감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모이주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순간 아빠는 당황스럽습니다.
저 놈을 당돌하다 해야 할지 아니면 신통하다 해야 할지.....

고구려 역사를 지네 역사라고 우기는,
덜 떨어진 쥥국놈들이 주는 먹이는 쳐다보지도 않는,
신통한 녀석인지,

그깟 모이에 현혹당한다고 동료들을 업신여기는,
당돌한 녀석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아빠는 싱그러운 바람 속에서 한참을 헷갈렸당게요...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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