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크랩] 남산골한옥마을의 정경

불량아들 2006. 3. 6. 14:02
오랜 장맛비 속, 오늘 아침엔 맑디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넘 좋았지라.
혼자 보기 아까운 하늘...

아빠는 점심을 옹골지게 묵고 사무실 근처의 <남산골한옥마을>로
산책을 나갔지라.
도심 속에 이만한 여유 공간을 지척에 두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지라.

한옥마을로 들어서면 제법 넓지 않은(?) 연못이 있고,
이 연못 속엔 갖가지 때깔을 자랑하는 잉어들이 유유자적하고 있지라.
잉어들은 물 속에서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물살을 적당히 희롱하며 무리지어 놀지라.
잉어 녀석들을 보며 아빠는
'저 녀석들만치 한가롭게 살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보지라.
헌디 또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어라.
잉어 놈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없겠어라?

'오늘은 워떤 인간이 와서 먹이를 줄까나'

'힘 센 잉돌이 놈이 내 짝궁한티 수작부리면 워쩌나'

하는 등등의 고민이 없을라나요, 잉어들한티는...

하긴 '물고기 대가리'라고 물고기들은 1초 전의 것도 잊어뿐다면서요.

인간들한테도 1-2분 전의 것만 기억하는 뇌를 주었으면 좋았을틴디요잉.
재물에 대한 욕심이나 부의 축적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우리 인간들도 물고기처럼 금방 잊을 수 있는 머리만 가지고 있다면
이런 부나 재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생활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슴둥.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보니끼 캄보디아의 수상 마을 사람들은
홍수가 나면 떠내려가고 하루 벌어서 하루 살지만
거개의 주민들이 자기네 삶은 행복하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고 하드만요.
당연지사의 말이지만 행복은 재산이나 부의 크기와 비례하지만은 않는 것이지라.

객적은 소리로 연필심만 축내고 있었네, 아빠는...

한같진 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하나.
너댓살 된 꼬마와 엄마가 손을 잡고 비둘기 모이를 주고 있는 모습.
한옥마을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빠는 정자에 앉아 흐뭇하게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라.
꼬마가 던져준 새우깡을 서로 먹으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비둘기들 사이로
쪼끄만 참새 두 마리도 합세하고 있더만요.
새우깡을 먼저 차지한 비둘기는 한 입에 새우깡을 냉큼 먹지 못하고
땅에 탁탁치다가 땅에 떨어뜨리고 다시 탁탁치다가 떨어뜨리고...
그 와중에 참새가 잽싸게 새우깡을 물고는 멀리 사라졌다가 다시 되돌아오고,
비둘기들은 거개의 새우깡을 참새 두 마리에게 번갈아 빼앗기고....

쪼깨만 거 이쁘다고 봐 주는 것인지, 머리가 나빠서 빼앗기는 것인지.
아빠는 헷갈리고 헷갈리면서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리고,

때이른 와가리의 울음소리만이 아빠 맘을 유혹하고....




출처 : 뷰티라이프사랑모임
글쓴이 : 아빠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