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혹은 미용인을 위한 서시
생각해보니 꽃은 사람에 다름 아닙니다.
꽃이 저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자태를 뽐내고 있듯이
사람들도 각각의 품성과 향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 중에서도 제일은 사람꽃이고 사람꽃을 피어나게 하는
햇볕과 바람, 공기 같은 존재가 미용인이다는
생각을 이 좋은 계절에 해봅니다.
연꽃
이웃하고 이웃하고 또 이웃하고 있어 연이더라, 연꽃이더라.
물속에 같은 뿌리를 두고 어울령 더울령 어깨 부여잡고 살자는 저 부처님 웃음 같은 꽃.
배꽃
부서지는 보름달빛 아래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배꽃을 보고도
미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어찌 사람이다 하랴!
진달래꽃
부끄러워 부끄러워서 시골 색시 빨개진 얼굴과 하얀 마음이 어우러져
산골의 진달래꽃은 더욱 진한 분홍색이다.
개나리
보릿고개에 부황 든 옛적 사람들처럼,
그러나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던 우리네 조상들의 얼굴처럼...
민들레
‘까르르’, ‘까르르’ 웃고 있는 어린 아이의 미소보다도 가벼운,
천지 사방을 날아가고픈 그들의 소망 싣고 피어나는 민들레.
목련꽃
천년학이 머물다 완전변태한 그 자리,
목련꽃 활짝 피었다 천 년 전 그 고고함 그대로.
할미꽃
한 번 맺은 질긴 인연 끊지 못 하고 할아버지 묘소까지 따라가 자리잡은 할매 마음이여!
장미꽃
‘내 흉내는 절대 따라 하지 말지어다.’ 왕비는 경고했네.
그 경고에 손 혹은 가슴 찔리는 일 없기를...
해바라기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그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여!
구절초
쟁기질 하는 농부의 땀 냄새, 밭 매는 할머니의 육자배기.
쑥부~쟁이~~
사람꽃
그 어떤 꽃이 사람보다 아름다우리.
사람을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미용인들의 절절한 손끝이여!
꽃 구경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참으로 사람 사는 일이 꽃 보기 같기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대한민국의 미용인들은 사람꽃을 만들고 있기에 분주하겠지요.
그런 날들의 연속이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해 봅니다.
사람꽃
-선녀 일기-
이불 갰다
양치질했다
세수했다
머리감았다
화장했다
옷 입었다
향수 뿌렸다
미용실,
머리했다
드디어
사람꽃이 되었다
<뷰티라이프>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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