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부끄러운 일
지난 12월 30일 열렸던 대한미용사회중앙회(중앙회장 직무대행 김삼화) 이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프로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개그우먼의 말처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전국 미용인들을 대표한다는 미용사회이사회에서 의결되었습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올 3월 4일 열기로
갑론을박 끝에 결국 거수로 결정했습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아무 하자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지금 중앙회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 21대 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법정 공방이 오가고 있고,
지난 12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 13민사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은 상고를 통하여 대법원까지 갈 예정입니다.
상고를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지난 1월 13일 자로 중앙회장 직무대행자인 김삼화 변호사가 상고하였음은 이 자리를 빌려 밝혀드립니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총회 날짜를 잡은 것도 문제지만 백 번을 양보하여
총회 날짜를 정한 것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왜 하필 3월 4일을 택하였는지 안다면
한편으로는 박장대소할 일이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참고로 총회를 열기로 한 3월 4일은 금요일입니다.
1945년 각 시,도 단위로 <미용협회>가 결성된 이후 1957년 초대 박계국 미용협회장이 취임한 이래
대한미용사회의 총회는 모두 화요일에 열렸습니다.
정관이나 운영규칙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는 지금까지 미용계의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거개의 미용실이 화요일에 휴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요일이라니요?
물론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야 금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에라도 총회 열지 말라는 법 없지요.
그렇다면 재판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 부랴부랴 이사회를 소집해서 총회 날짜를
지금까지의 관행에 어긋나게 금요일에 정한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은 무엇일까요?
전국의 미용인들을 대표한다는 16명의 부회장 및 이사들이 왜 3월 4일을 택했을까요?
이게 사실이라면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했던 모 부회장이 이사회장에서 왜 3월 4일이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니 사실인 모양입니다.
그 부회장은 대안으로 화요일인 3월 8일 해도 되지 않느냐고 의견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거수 끝에 찬성 9, 반대 7로 3월 4일로 날짜를 정했다는군요.
오죽했으면 직무대행 회장인 김삼화 변호사까지 이런 일은 거수로 의결하는 게 아니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다수파(?)의 주장에 밀리고 말았답니다.
3월 4일 금요일. 토, 일요일에 이어 미용실 영업이 제일 잘되는 금요일에 총회가 열려야 하는 까닭.
지금 차기 회장 후보자 중 하마평에 오르는 모 후보가 역술인에게 의뢰한 결과 이날이 길일이랍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60년 미용 역사상 유례가 없는 금요일에 총회 날짜가 잡힌 이유랍니다.
미용인을 대표한다는 부회장 및 이사들이 긴급이사회를 열어서 부랴부랴 날짜를 잡은 이유랍니다.
거수 결과 9:7이었다는군요.
그래도 일곱 분은 양식이라는 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창피하고 창피하고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미용인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술가의 말 한 마디에 관행까지 뒤엎어버리는 미용계가,
미용인이 어찌해야 바로 갈 수 있을까요?
양식 있는 전국의 미용인들이 조용하게 그러나 매섭게 지켜보고 있음을 당사자들은 알아야 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情景
지하철 안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 한 분이 꾸부정하게 일어나
둘둘 만 신문지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할머니 어깨를
툭, 건드린다
겸연쩍은 할머니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할아버지 뒤를 바짝 따라 내리는,
정겨운 어느 겨울 오후
<뷰티라이프> 2011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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