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다사다난했던,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10년이 역사의 꼬리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땠나요? 기자는 개인적으로 2010년은 어쩌면 지우고 싶은 상처를 안은 한 해였습니다.
침잠에 침잠을 거듭하고 허우적대며 보낸 나날들이 많은 2010년이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날들이 슬프고 괴로웠더라도 내게 주어진 운명이었습니다.
그 슬픔과 괴로움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기자가 감내해야 할 것이었다면 당당히 받아들여야겠지요.
사람은 괴롭고 외롭고 쓸쓸할 때 고향을 생각하고 과거를 반추하게 되는가 봅니다.
지금은 까마득한, 아주 먼 옛적의 잡기장을 뒤적여보았습니다.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
가슴이 떨려옴을 잡기장을 보며 오롯이 느껴봅니다.
옛적 순수하고 하얗던 그 시절이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아름다움은 스스로 찾는 것이다.(4월5일)
“눈길을 가는 사람은 비틀거리게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 백범 김구(4월 6일)
우수의 화신인 양 비가 내린다. 세상을 낯익게만 사는 것은 어리석다.(4월 7일)
잔디밭에 눕다, 평화롭다.(4월 11일)
장자의 하늘처럼, 꿈처럼 크게 살자. 왜소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5월5일)
오이에 막걸리를 마시다. 지독하게 우울한 날. 저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6월7일)
게으름, 詩作은 始作도 하지 않았다. 해 지기 전의 도시의 향그러움 (6월 20일)
따발총 소리, 아우성 소리, 들린다.(6월 25일)
포플러 잎사귀를 반짝이게 하는, 까르르 까르르 민들레 홀씨같이 가벼운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6월 28일)
아직도 머리가 띵하다. 오전 내내 누워 있다. 조세희를 다시 읽는다. 그는 나에게 충격으로 온다.(7월 1일)
1987년 며칠간의 잡기장 내용이었습니다.
더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향연이여.....
요즘 매일 밤 꿈을 꿉니다.
악몽에 시달리다 멍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합니다.
예전엔 가끔씩 유토피아를 꿈속에서 보곤 했었습니다.
깊은 산 중, 개울물이 흐르고 지천으로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꿈이었습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며칠 동안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그런 꿈을 다시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꿈보다는 해몽입니다.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의 저자 김미경 대표의 어머니는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내가 태몽을 잘 꿨기 때문" 이라며 "너는 잘 될 수밖에 없다"라고 항상 말해 왔다고 합니다.
그런 어머니의 반복적인 교육으로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성공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길몽,
즉,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사람이 그 옛날에는 없던 8차선 도로를
백마를 타고 달려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갔다.
백마 탄 사람을 뒤쫓아가 봤더니 여자였으며 그 꿈을 꾸고 너를 잉태했다'는-
이처럼 좋은 태몽을 꿨으니 성공은 당초 예약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어머니의 지론이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꿈 얘기는 어머니께서 지어낸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태몽이, 딸에게 성공에 대한 믿음을 주고자 어머니께서 만들어낸
허구라는 사실이 더 어머니를 존경하게 만들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어머니는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태몽 얘기를 반복하며 성공에 대한 확신을 주었던 것입니다.
오늘 주저리 주저리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송구영신, 새해에는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모든 분들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인사동
인사동에서
낭자하게 술 취한 한 남자
무슨 말인가 한참을 지껄이는데
가만,
귀 기울여보니
사. 랑. 은.
미들 거시 못 된다
웃으며 지나치려다
내 마음속을 파고드는 저 한 마디,
나도 못 믿을 사랑을 해왔구나
취한 머릿속에 찬바람 휙 지나간다
어떻게 해야 믿을 사랑이 되나요?
뒤돌아 물어보려는데
술 취한 그 남자 보이지 않네
<뷰티라이프>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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