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한가위 단상

불량아들 2010. 9. 27. 12:02

               한가위 단상

 

추석입니다. ‘일 년 삼 백 예순 날이 오늘만 같아라.’고 기원했던 한가위 중추절입니다.

보름달은 휘영청 밝아 천지를 비춥니다.

저 둥근 달을 보며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진다지요.

당신은 뭘 빌었나요? 대한민국의 통일을 빌었나요?

사업이 잘되게 해 달라고 빌었나요?

외상값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나요?

아님 집 나간 마누라를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나요?

추석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한가위입니다.

 

추석은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신라 유리왕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네요.

유리왕은 백성들이 평화롭고 즐겁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래를 짓고 길쌈을 장려했다고 합니다.

즉, 신라 3대 왕인 유리왕은 길쌈 장려를 위해서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나누고

궁중의 왕녀를 뽑아 두 패를 거느리게 한 뒤

해마다 7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베를 짜게 했다는군요.

팔 월 보름이 되면 그동안 짠 베의 길이를 재서 승자를 정했답니다.

왕과 왕비, 궁중 관리들이 참관하다가 유리왕이 판결을 하면

이긴 쪽에서는 승리의 환호성과 함께 춤을 추었고,

진 편에서는 술과 온갖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을 융숭하게 접대했다고 합니다.

둥근 달빛 아래에서 모두 모여 흥에 겨웠을 장면을 상상하면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음력 8월 15일이면 온갖 곡식과 과일들도 풍성했을 테니

그야말로 날을 잘 잡았다고 해야 하겠지요.

 

추석 때는 성묘와 벌초를 하기도 하는데 조상을 섬기는

우리 민족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풍습이기도 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둥근 달을 보며 원하는 것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믿어서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어린 시절이 새삼 떠오르기도 합니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음식이 송편이기도 합니다.

채반에 소나무 잎새를 깔아놓고 가마솥에 찐 송편 맛을 그 무엇에 비교하리요.

추석빔은 꼬마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빼 놓을 수 없는 추석 선물이었지요.

 

그러나 추석하면 타향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다 모이는 날이라는 데 뜻이 더 있었던 같습니다.

신발 공장에 다니던 누이들, 도시로 공부하러 갔던 형제들,

삼촌, 작은아버지, 아저씨들까지 모두 모였습니다.

모두 모여서 객지생활의 서글픔을 가족애로 녹였습니다.

한 핏줄의 소중함을 나누는 경험을 추석은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이제 세상은 변하고 추석 연휴를 맞아 외국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도가 잇따릅니다.

세상은 변하는 대로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겠지만

2000여 년 전, 신라 유리왕 때부터 이어져 온 우리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의 전통이

계속 잘 지켜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오늘은 해봅니다.

 

보름달처럼 환한 일상들이기를 보름달 앞에서 빌어봅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시골에 내리는 비

 

그리움이 짙어지면 몸살이 되고

몸살이 깊어지면 빗방울이 되는가?

 

저 미치도록 퍼붓는 비, 빗방울,

할머니는 툇마루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그리움은 몸살이 되고

몸살은 빗방울이 된다

 

<뷰티라이프>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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