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령
봄입니다.
겨울 이불만큼이나 두껍던 마음속의 우울마저 한꺼번에 털어낼 것 같은 봄입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봄입니다.
앞집 누나의 화사한 옷 차림새를 보며 가슴 두근거리는 봄입니다.
살갗을 희롱하듯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 마냥 좋은 봄입니다.
흐드러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또 어찌해야 하나요?
봄에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겠지요?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아침 아기 이파리/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연둣빛 봄 편지 (봄 편지,박남준)
세상에나 봄볕을 받으며 갓 나온 새싹들은 아장아장 아기 걸음걸이로 오는군요.
그것도 희망이란 편지를 들고......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 공원/
공중 변소에 들어서다 클클,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 밀며/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징그러바서,/높은 음표로 경쾌하게/날아가는 징.그.러.바.서,/
거죽이 헤진 분첩을 열어/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 탑골 공원이/꽃잎을 찍어놓은 젖 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바람난 어여쁜,엄마가 보고 싶다
(봄날 오후,김선우)
봄볕에 마음마저 하늘거릴 진데 바람나지 않을소냐. 할마시들의 바람은 부끄러울 데가 없구나.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꽃 지는 저녁, 정호승)
화무십일홍, 어느새 꽃이 진다네요.
꽃이 져도 잊지는 말아야지요.
꽃 지는 저녁에는 정도 고프고 술도 고픈 법.
올 봄에는 유난히 부고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그릇된 편견과 오해, 그 모든 것들이 봄눈 녹듯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장례식장에서
낭자한 울음소리
이승을 넘어 저승까지 넘나 들겠네
대치할 것 찾을 수 없는 흐드러진 울음소리
저승을 넘고 돌아 구천을 떠돌겠네
빈 몸으로 왔다가 남루로 가는
울음소리 가득한 장례식장
눈물이 쌓여 마음이 하나 되는 곳
망자여,
모두의 허물, 모두의 굴레
모다 모다 껴안고 영면하소서
<뷰티라이프> 201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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