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봄 타령

불량아들 2012. 4. 26. 12:15

 

봄 타령

 

봄입니다.

겨울 이불만큼이나 두껍던 마음속의 우울마저 한꺼번에 털어낼 것 같은 봄입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봄입니다.

앞집 누나의 화사한 옷 차림새를 보며 가슴 두근거리는 봄입니다.

살갗을 희롱하듯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이 마냥 좋은 봄입니다.

흐드러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은 또 어찌해야 하나요?

봄에 희망을 얘기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겠지요?

 

밤새 더듬더듬 엎드려/어쩌면 그렇게도 곱게 섰을까/

아장아장 걸어 나온/아침 아기 이파리/우표도 붙이지 않고/

나무들이 띄운/연둣빛 봄 편지 (봄 편지,박남준)

세상에나 봄볕을 받으며 갓 나온 새싹들은 아장아장 아기 걸음걸이로 오는군요.

그것도 희망이란 편지를 들고......

 

늙은네들만 모여 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 공원/

공중 변소에 들어서다 클클,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 밀며/클클, 머리를 매만져 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징그러바서,/높은 음표로 경쾌하게/날아가는 징....,/

거죽이 헤진 분첩을 열어/코티분을 꼭꼭 찍어 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 탑골 공원이/꽃잎을 찍어놓은 젖 유리창에 어룽어룽,/

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바람난 어여쁜,엄마가 보고 싶다

(봄날 오후,김선우)

봄볕에 마음마저 하늘거릴 진데 바람나지 않을소냐. 할마시들의 바람은 부끄러울 데가 없구나.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꽃 지는 저녁, 정호)

화무십일홍, 어느새 꽃이 진다네요.

꽃이 져도 잊지는 말아야지요.

꽃 지는 저녁에는 정도 고프고 술도 고픈 법.

 

올 봄에는 유난히 부고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들의 그릇된 편견과 오해, 그 모든 것들이 봄눈 녹듯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장례식장에서

 

 

낭자한 울음소리

이승을 넘어 저승까지 넘나 들겠네

대치할 것 찾을 수 없는 흐드러진 울음소리

저승을 넘고 돌아 구천을 떠돌겠네

빈 몸으로 왔다가 남루로 가는

울음소리 가득한 장례식장

눈물이 쌓여 마음이 하나 되는 곳

 

망자여,

모두의 허물, 모두의 굴레

모다 모다 껴안고 영면하소서

 

<뷰티라이프> 2012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