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성긴 눈 내리다

불량아들 2014. 10. 14. 11:49

성긴 눈 내리다

 

성긴 눈 내리고

이제 나를 떠난

기억 속에 흐릿한

너를 생각한다

 

화랑들도 이 눈을 맞았으리

성긴 눈 맞으며 활을 쏘고

창을 날렸으리

 

이제 눈은 깊이를 더해

그 넓이를 더해

어미의 어미 눈앞까지 쌓이고

나는,

나를 잊은 너를

생각한다

 

춘향이도 이 눈을 맞으며

그네를 뛰었으리

그녀는 이 눈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성긴 눈 내리고

나는 한 여인과

동굴과

무덤이 되어버린

들판을 걸어간다

 

성긴 눈

난분분 난분분 나려

흐릿한 기억

선명하게 토해낸다

 

<뷰티라이프> 2014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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