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아들의 일기
술을 마시다가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스팔트길이 꾸불꾸불 일어났다
전봇대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나이에 얼굴이나 긁고 다니다니......
사람들과의 약속도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시골 어머니께서 꿈자리가 사납다며
애호박이며 고추, 고구마를 한 보따리 싸들고
우리 집을 갑자기 방문했다
오십을 넘긴 아들내미가 아직도 못 미더운 거다
왜 갑자기 오셨나며 화를 내다가
시골 얘기에 밤을 꼬박 새다가
침침한 눈으로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못 알아보는 어머니가
나는 안도가 되었다
어머니께서 시골로 돌아가시는 길을 배웅하던 나는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가을 낙엽보다도 가벼워 보이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잘 있으라며 주머니에 무언가를 찔러 넣어주시던 어머니
내 주머니 속에는 안티프라민이 들어 있었다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이미 보고도
못 알아보신 척하신 마음을 나는 비로소 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연고만 만지작 만지작거렸다
거리를 내리 쬐는 햇볕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뷰티라이프> 201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