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긴 눈 내리다
성긴 눈 내리고
이제 나를 떠난
기억 속에 흐릿한
너를 생각한다
화랑들도 이 눈을 맞았으리
성긴 눈 맞으며 활을 쏘고
창을 날렸으리
이제 눈은 깊이를 더해
그 넓이를 더해
어미의 어미 눈앞까지 쌓이고
나는,
나를 잊은 너를
생각한다
춘향이도 이 눈을 맞으며
그네를 뛰었으리
그녀는 이 눈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성긴 눈 내리고
나는 한 여인과
동굴과
무덤이 되어버린
들판을 걸어간다
성긴 눈
난분분 난분분 나려
흐릿한 기억
선명하게 토해낸다
<뷰티라이프> 2014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