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구토

불량아들 2014. 1. 13. 11:06

구토

 

한때는 나의 입안을, 뱃속을

심지어는 마음속까지 행복하게 했을

토사물을 보며

이제는 내 곁을 떠나간

너를 생각한다

한때는 내 눈을, 내 손등을

내 머릿속까지 꽉 채웠던 너

어지러운 정신으로

꾸역꾸역 변기 속을 채우고 있는

토사물,

와구와구 그 구토를 빨아들이고 있는

변기를 보며

나는 생의 반 토막을 게워내고

반 토막을 재생한다

 

어떤 날

구토는

구원이다

 

<뷰티라이프>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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