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경비 아저씨

불량아들 2014. 10. 14. 11:50

경비 아저씨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

눈 오면 열심히 눈길 쓰네

머리 하얗도록 빗질하네

출근길 눈 마주치기 전에

인사하네

저 양반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나봐

배꼽 인사하며 혼잣말 하네

 

시골에서 김장김치가 온 날

누군가 보내온 열두 병 막걸리 한 박스

낑낑대며 굳이 가지고 오네

 

투가리 막걸리 한 사발에

며느리 자랑

텃밭 고추 농사 얘기

나는 졸리네

 

땡깡 하나 물고 우리 집을 나서면서도

잘나가던 옛날 추억

착착 앵기네

 

앞으로 택배 걱정은 붙들어 놓으시랑게요

갈지 자 옆구리 끼고 경비실 침대에 눕힌 지 몇 분

인터폰 울리네

얼레 그 물건은 1301호 거랑게요

 

잠 또 다 잤네

 

<뷰티라이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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