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
눈 오면 열심히 눈길 쓰네
머리 하얗도록 빗질하네
출근길 눈 마주치기 전에
인사하네
‘저 양반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나봐’
배꼽 인사하며 혼잣말 하네
시골에서 김장김치가 온 날
누군가 보내온 열두 병 막걸리 한 박스
낑낑대며 굳이 가지고 오네
투가리 막걸리 한 사발에
며느리 자랑
텃밭 고추 농사 얘기
나는 졸리네
땡깡 하나 물고 우리 집을 나서면서도
잘나가던 옛날 추억
착착 앵기네
“앞으로 택배 걱정은 붙들어 놓으시랑게요”
갈지 자 옆구리 끼고 경비실 침대에 눕힌 지 몇 분
인터폰 울리네
“얼레 그 물건은 1301호 거랑게요”
잠 또 다 잤네
<뷰티라이프> 2014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