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환장하겠다-이봉환-

불량아들 2015. 1. 8. 15:25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9)

 

환장하겠다

-이봉환(1961~ )

 

한 머스마가 달려오더니 급히 말했다

선생님 로 시작하는 말이 뭐가 있어요?

? 쫌만 기다려

나는 사전을 뒤졌다 끼니가 얼른 나왔다

녀석은 단어를 찾는 동안 신이 나서 지껄인다

서연이하고요 끝말잇기를 했는데요 걔가 새끼라고 하잖아요

곧 내가 말했다 응, ‘끼니라고 그래라

녀석이 환해져서 달려갔다가 껌껌한 얼굴로 금방 다시 왔다

선생님, 그 새끼가요 니미씨팔이라는데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열아홉 번째 시는 이봉환 시인의 환장하겠다입니다.

이봉환 시인은 오랜 동안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교육 현장을

웃음과 풍자로 비유하는 시를 많이 써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도 그런 시 중의 하나가 되겠는데요,

어린 아이들의 생생한 교실 광경이 그대로 전달되어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합니다.

이런 어린이들과 몸과 마음을 맞대고 사시는 선생님들은 행복하시겠지요?

 

말 나온 김에 시험 문제의 황당한 답을 몇 개 간추려 보겠습니다. 이 참에 마음껏 웃어보자구요.

 

문제: 부모님은 우리를 왜 사랑하실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문제: 경상도 청년하고 전라도 처녀가 결혼하였습니다. 어떤 일이 생길까요?

:(뜨거운 밤이 시작된다.)

 

문제: 화장실 문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지퍼를 내린다.)

 

문제: 약속을 여러 번 지키지 않으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쟨 약속을 여러 번 어긴다.)

 

문제: 옆집 아주머니께서 떡을 주셨습니다.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뭘 이런 걸 다...)

 

문제: 샌드위치를 만들 때 식빵에 버터를 한쪽 면에만 바르는 이유는?

:(두 면에 바르면 느끼해서)

 

문제: 할머니 생신입니다. 할머니께 드릴 카드를 예쁘게 그려봅시다.

:(삼성카드)

 

동심은 이처럼 맑고 순수하고 엉큼(?)합니다.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기상천외한 답이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역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나저나 니미씨팔다음에는 어떤 단어를 줬는지 이봉환 선생님의 답이 무척 궁금한 하루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 M>2015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