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9)
환장하겠다
-이봉환(1961~ )
한 머스마가 달려오더니 급히 말했다
선생님 ‘끼’로 시작하는 말이 뭐가 있어요?
끼? 쫌만 기다려
나는 사전을 뒤졌다 ‘끼니’가 얼른 나왔다
녀석은 단어를 찾는 동안 신이 나서 지껄인다
서연이하고요 끝말잇기를 했는데요 걔가 ‘새끼’라고 하잖아요
곧 내가 말했다 응, ‘끼니’라고 그래라
녀석이 환해져서 달려갔다가 껌껌한 얼굴로 금방 다시 왔다
선생님, 그 새끼가요 ‘니미씨팔’이라는데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열아홉 번째 시는 이봉환 시인의 ‘환장하겠다’입니다.
이봉환 시인은 오랜 동안 교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교육 현장을
웃음과 풍자로 비유하는 시를 많이 써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도 그런 시 중의 하나가 되겠는데요,
어린 아이들의 생생한 교실 광경이 그대로 전달되어 우리에게 함박웃음을 선사합니다.
이런 어린이들과 몸과 마음을 맞대고 사시는 선생님들은 행복하시겠지요?
말 나온 김에 시험 문제의 황당한 답을 몇 개 간추려 보겠습니다. 이 참에 마음껏 웃어보자구요.
문제: 부모님은 우리를 왜 사랑하실까요?
답:(그러게 말입니다.)
문제: 경상도 청년하고 전라도 처녀가 결혼하였습니다. 어떤 일이 생길까요?
답:(뜨거운 밤이 시작된다.)
문제: 화장실 문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답:(지퍼를 내린다.)
문제: 약속을 여러 번 지키지 않으면 친구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답:(쟨 약속을 여러 번 어긴다.)
문제: 옆집 아주머니께서 떡을 주셨습니다. 뭐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답:(뭘 이런 걸 다...)
문제: 샌드위치를 만들 때 식빵에 버터를 한쪽 면에만 바르는 이유는?
답:(두 면에 바르면 느끼해서)
문제: 할머니 생신입니다. 할머니께 드릴 카드를 예쁘게 그려봅시다.
답:(삼성카드)
동심은 이처럼 맑고 순수하고 엉큼(?)합니다.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할 기상천외한 답이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고 나아갈 역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을 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나저나 ‘니미씨팔’ 다음에는 어떤 단어를 줬는지 이봉환 선생님의 답이 무척 궁금한 하루입니다.
【이완근(시인, 월간 뷰티라이프 편집국장)】
<미용회보 M>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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