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반가운, 만날 보는 그 얼굴

불량아들 2015. 6. 15. 10:16

반가운, 만날 보는 그 얼굴

 

지방에서 중형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7년 가까이 한 솥밥을 먹던 디자이너 한 명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미용실을 오픈하며 속을 끓인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근래 불황을 탓하며 같은 지역의 원장들이 요금을 대폭 내렸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괜찮은 세미나가 있어 이래 저래 머리도 식힐 겸 왔다며

술이나 한잔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세미나를 같이 듣고 우리는 안면이 있는 몇 원장과 어울려 근처의 식당을 찾았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 K원장의 고민은 그의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거개의 원장들이 겪고 있는 고민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현실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고 그 타개책은 각자의 몫이라는 데 우리는 동의했습니다.

이럴 땐 교육이 최고라는 데도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화재가 나거나 물난리가 나서 우리 집 물건이 불타거나 물에 못 쓰게 되더라도

내 머릿속의 지식과 경험, 내 손안의 기술은 누가 빼앗아갈 수도 훔쳐갈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결론이 나자 우리 모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그야말로 정년 보장을 못 받는 이 시대에 미용만큼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미용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단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날의 교훈이었습니다.

 

요즘 기술, 경영교육 등 미용 세미나 자리에 가면 젊은 미용인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용인들이 물론 일반인보다는 대략 10년 정도는 젊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젊은 미용인들이 교육생수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은

미용의 훗날을 위해서 좋은 일입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교육 받는 사람이 또 교육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괜찮다 싶은 교육장에는 단골로 보이는 미용인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용인들은 나름대로 미용실 경영을 잘 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예상 외로 겉만 번지르르 했지 실제 내부적으로는 경영에 실패했을 것 같은

숍을 운영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잘 나갔다(?)던 왕년만을 되새김질하며 안주하는 모습입니다.

 

K원장의 고민은 미용인이라면 강도의 깊이는 다를지언정 어느 정도는 공통분모입니다.

어떻게 해쳐나가느냐는 것은 각자의 몫이기도 합니다.

교육장에서 만나는 만날 보는 그 얼굴은 그래서 기자에겐 반갑습니다.

어깨에 힘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나, 그대와

 

나,

그대와

한 세상 만들고 싶네

 

봄바람이

꽃잎 만들듯

 

갈바람이

나뭇잎에 스미듯

 

강바람은 삭풍을 껴안아

얼음을 제 식구로 맞네

 

<뷰티라이프> 201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