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에서 생긴 일(1)
어느 화가의 개 사랑
가을이 미친 화가의 붓 터치 마냥 온 산 여기저기 나뭇잎을 물들이고 있는 어제 이른 아침,
친구 부부와 넷이서 가을 사냥을 나갔것다.
발길 닿는 대로 떠나자며 차를 가평 쪽으로 몰았것다.
오랜만의 가을 나들이에 우리는 환호와 감탄을 연이어 터트리며
준비한 와인도 홀짝이면서 남이섬 근처에 이르렀것다.
남이섬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파들로 인산인해.
남이섬 탐방을 포기하고 근처에서 전원주택과 화실을 겸하고 있다는
친구 부인의 지인을 찾아가기로 했것다.
반갑게 맞이하는 미소가 예쁜 여화가의 3층집을 구경하며 우리는
여화가의 생활이 여간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것다.
3층에서 보이는 가을 풍경이 화폭속의 그림만큼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려니와
자기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 어디 이처럼 흔할 수 있기나 하단 말이냐!
집안 곳곳과 화실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모습에서 예쁜 집주인은
마음 씀씀이까지 곱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그림에 대한 얘기와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얘기하다가 우리가 집을 나설 때였다.
밖은 바람이 불고 가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집을 지키고 있던 대문 옆에 있던 큰 개는 담 한쪽에서 피를 피해 웅크리고 있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작별인사를 나누던 그 순간
집주인인 화가분이 무슨 급한 말을 하려는 듯 우리 차 문을 두드렸다.
차창을 열자, “우리 집 개는 참으로 영특해요.
비가 오면 저렇게 비를 피해 구석으로 가 비를 피한다니까요. 이렇게 영리한 개는 첨이지요?”
이렇게 말하며 자랑스럽게 담 한쪽에 웅크리고 있는 개를 가리켰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미물인 쥐라도 비는 피하고 볼 터인데....
집주인의 무한한 개 사랑에 우리는 가을 하늘에 무한한 웃음을 날리며
나머지 가을 사냥을 행복하게 마칠 수 있었다..^*^
가평에서 생긴 일(2)
“장어요”
개 사랑이 무한한 화가 집을 나와 한참을 달리다가
산 중턱에 있는 저수지를 발견하고 우리는 저수지 둑으로 올랐다.
마침 저수지를 빙 둘러싸고 낚시꾼들이 낚시를 한창하고 있었다.
둑에 서서 바람을 쐬며 낚시하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는데 전방 건너편의 낚싯대 줄이 팽팽하다.
한참을 실랑이하더니 끌려오는 고기의 크기가 내 팔뚝만하다.
우리는 덩달아 신이 나서 붕어다, 잉어다, 큰 붕어 같다, 잉어가 맞다,
낚시꾼이 들리도록 떠들어댔다.
낚시꾼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것을 보고 궁금증을 이기지 못 하고
내가 말했다. “월척 붕어지요?”
낚시꾼 왈, “장어요.”
이렇게 큰 고기면 잉어가 맞을진대
그것도 모르는 우리를 보고 강태공이 한심해서 쏘아부친 것이다.
2015년 10월 12일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기는 혼자 울지 않는다 (0) | 2021.02.08 |
---|---|
시는 또 다른 나의 분신이다 (0) | 2015.05.16 |
이른 봄꽃에는 향기가 없다 (0) | 2011.04.14 |
울 딸은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는다 (0) | 2009.09.08 |
하 시방... (0) | 2008.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