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능력과 기술을 공유하자
천지사방 만산홍엽입니다. 이 좋은 계절을 아쉽게 그냥 보낼 수 없음인지 잦은 모임과 행사들입니다. 계절에 취해 어영부영 하다 보니 또 마감입니다. 어제 밤은 대학로 모 카페에서 시인들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일찍 시작한 모임이라 9시 정도가 되자 지방에서 올라온 시인들을 필두로 파장 분위기일 때 가까운 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으로부터 핸드폰이 옵니다.
몇 개월 전에 2호점을 크게 냈는데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고민을 얘기합니다. 직원을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늘렸고, 대형 숍을 오픈하자 어려운 일이 많으나 그럭저럭 잘 견디고 있다는 답변입니다. 그러면서 요즘 더 실감나게 느끼는 것은 미용인들이 커트 값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이 더 확고해졌다고 말합니다.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 아닌 질 높은 커트 기술로 무장하고 부가적인 적절한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유행을 선도하는 집단으로 미용인이 거듭났으면 한다는 말을 힘주어 말합니다. 자기부터도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 등 여러 모로 신경 쓰며 직원들에게도 강조하니 매출이 늘고 있다고, 이런 시스템을 여러 미용인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요약하면 미용인은 단순 기술인이 아닌, 기술의 가치를 최상위로 끌어올리고 고객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 더 나아가 미용인들이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자란 점을 인식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자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기술을 미용인들에게 공유할 생각도 있음을 강조합니다.
대다수의 미용인들이 상기의 원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미용인들이 심기일전, 자긍심을 가지고 협력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불량 남편
우리 남편은 오늘 또 전쟁터로 나갑니다 멀쩡한 얼굴로 출근합니다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얼굴입니다 손잡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뽀뽀도 진하게 합니다 열심히 일합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퇴근 시간엔 여지없이 좀 늦을 것 같다고 기별이 옵니다 오늘은 정신 멀쩡할 것이라는 약속도 합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립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여그가 워딘지 몰겄어힝.” 혀 꼬부라진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곤 감감무소식 핸드폰 재발신을 연신 눌러도 꿀먹은 벙어리입니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립니다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살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아파트 앞을 배회합니다 새벽달이 서쪽으로 많이 기울기 시작할 때쯤 택시에서 내리는, 비틀거리는 낯익은 모습이 보입니다 취한 눈에도 각시 모습은 보이는지 두 팔을 벌려 격하게 다가와 끌어안습니다 횡설수설하며 아파트 벽 앞에 서서는 일장 훈시를 하며 볼일을 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바지 앞 지퍼도 올리지 않고 경비실로 향합니다 거수경례를 불량스럽게 한 후 경비아저씨를 끌어안고 와이프 소개를 매번 합니다 우리 집에 가서 한잔하자고 우깁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장 훈시를 또 한 번 합니다 현관문 앞에서는 “일, 공, 공, 육” 도어 비밀번호를 큰소리로 외치며 엉뚱한 곳만 연신 눌러댑니다 10월 6일은 호주에 유학 가 있는 딸내미 생일날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외국 생활하는 딸 생일을 잊지 않겠다고 모든 비밀번호는 1006입니다 옷도 벗지 않고 거실 침대에 쓰러집니다 양말을 벗지 않아서 이불에 미안한지 발은 내놓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의 전쟁도 이렇게 끝나나 봅니다 내일은 또 어떤 전쟁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뷰티라이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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