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잔인한, 하지만 기분 좋은 여를날

불량아들 2016. 9. 2. 12:21

Editor’s Letter

 

잔인한, 하지만 기분 좋은 여름날

 

푹푹 찝니다. 하늘이 노망난 모양입니다. 열대야는 아직 물러설 기척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16일이었습니다. 이날은 말복이었다는데요, 오전 일과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몸이 천근만근이 되었습니다. 더위를 아주 심하게 먹었나보다 생각하고 좀 이른 퇴근을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한잠을 자고 나니 몸이 좀 가벼워집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립니다. 근처에서 숍을 운영하는 K원장입니다. L원장과 같이 있는데 말복이라고 닭 한 마리 잡자고 합니다. 말복인 줄도 모르고 있던 기자는 냉큼 달려갑니다. 열대야에도 우리는 신나게 떠듭니다. C원장까지 합세하여 미용계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미용계에서 어슬렁거린 지가 이십 여 년인데 항상 고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무더위가 수그러들지 모르던 며칠 전 오후입니다. 서울에서 숍을 하는 Y원장과 가수 S양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어깨동무를 하기도 하고 양손으로 하트를 만드는 등 다정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둘은 2년 여 전쯤 우리 잡지 표지를 촬영하며 만났습니다. S양이 우리 잡지의 표지 모델을 했었는데 그때 Y원장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담당했었지요. 표지 촬영을 마치고 언제나(?)처럼 근처의 단골 막걸리 집에서 뒤풀이를 가졌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이제는 한, 두 달에 한 번씩 숍을 찾는 단골이 되었답니다. 머리를 하고 나면 이렇게 기자한테 자랑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밖에 연예인 표지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무더위가 더욱 앙탈을 부리던 지난 8월 초였습니다. 사무실로 정성스럽게 포장된 택배 하나가 배달되었습니다. 발신지를 보니 예향의 고장에서 숍을 하고 계신 원장님입니다. 조심스레 포장지를 뜯어보니 부채 하나가 정갈하게 놓여있습니다. 대나무 살에 직접 난을 치어 만든 부채를 보는 순간 입이 함박만 해 집니다. 이처럼 정성이 들어간 선물이라니요! 그림을 그리며 중앙 대회에서 특선까지 한 경력이 있는 원장님이 만들어 보내주신 이 부채는 지금도 기자 곁에서 한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더위가 하도 기승을 부리길래 지난달에 있었던 기분 좋았던 기억들을 몇 가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우리 모든 미용인 분들께도 기분 좋은 일만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전국의 모든 미용인들께 감사한 마음 다시 한 번 전합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아크네

 

아크네는

예배당 소녀

예배당에서 만났고

예배당 뒤뜰에서 놀았지

 

아크네는

귀여운 소녀

목이 길었고

발이 희었지

 

노래를 잘 했지

 

아크네는

하늘나라의 여자

어느 날 문득

하늘로 갔지

 

아크네는

거미의 여자

내 마음속에 아직도

거미줄 치며 살지

 

<뷰티라이프> 2016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