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68)
남한강 입춘
차용국(1963~ )
어젯밤 입춘 손님이
문턱을 넘어오는 봄소식 하나쯤은
증표로 내놓아야 한다고
비 한 줌 살짝 뿌리고 갔는데
그 정도로
언 강이 다 풀리겠느냐며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 심술에
동면에 빠진 척 숨 고르는 강변
까치만 분주히 강으로 달려가
윤슬* 한 움큼 물고 와서는
나뭇가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봄 손님 마중 채비에 재잘재잘 신났다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68번째 시는 차용국 시인의 “남한강 입춘”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제일 반가운 손님 중 하나가 봄소식이 아닐까요. 겨우내 움츠려 있다가 입춘 지나 우수, 경칩을 전후하여 언 강이 풀리고 시냇가에 버들강아지 때깔을 내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과 몸도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아서 그 혹독했던 겨울 추위도 입춘에 즈음하여 “봄소식 하나쯤”으로 “비 한 줌 살짝 뿌”려 줍니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지요. 그러나 “여전히 표독스러운 동장군”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습니다. 모두 투항하라는 듯 심술을 부려 마지막 북풍한설을 내려 보냅니다. 꽃샘 추위지요. 그렇다고 우리는 손들지 않습니다. “동면에 빠진 척”할 뿐이지요. 봄은 기어이 오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세상 모두는 알고 있는데 동장군만이 모르고 있을 뿐이네요.
영특한 “까치”는 “윤슬 한 움큼 물고” 새순을 기다리는 나뭇가지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봄소식을 잘도 전하고 다닙니다. 좋은 소식은 듣는 이나 전해주는 자나 신나기 마련입니다. ‘나뭇가지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재잘재잘 신났다’는 까치에게서 신명과 함께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를 읽을 수 있습니다.
겨울 가뭄과 함께 경제난으로 마음이 꽁꽁 언 찬 겨울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봄은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봄소식을 알리는 까치가 되어 가까운 이웃에게 멀리 사람들에게 재잘재잘 신나게 떠들어봅시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2019년 3월호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다지-서대선- (0) | 2019.04.17 |
---|---|
이, 별-심종록- (0) | 2019.03.21 |
창문-박진성- (0) | 2019.01.21 |
탐닉-박완호- (0) | 2018.12.24 |
감나무의 조문-이호준- (0) | 2018.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