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내
머리 희끗해진 아내가
잠들어 있다
가끔씩 표정으로 말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얼굴에 살아온 날들이 녹아 있다
교복 입은 계집아이
희망도 꿈도 많았을 터
빚질 일 없고 빚 줄 일 없는 고만고만한 삶
남 얘기하지 않고 남 얘기 듣고 싶지 않은 평탄한 삶
지금도 그런 꿈을 꾸나보다
멍들 일 어이 없었으랴
생채기 어이 만들지 않았으랴
가녀린 몸으로 잘도 견뎌왔다
하얀 마음으로 잘도 버텨왔다
가끔은 흐릿한, 희미한 미소를 띄며
자는
머리 희끗해진 아내가
마음속으로 확 다가오는 바람 없는 저녁이다
<뷰티라이프> 2019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