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6)
그리움1
김문자(1940~ )
제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초인종 소리에도
당신 오시나
두근거리는 마음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6번째 시는 남문자 시인의 “그리움1”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그리움을 쌓으며 살고 있습니다.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 책이나 영화를 통해 보았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그리움, 가을날 뒹구는 낙엽에 대한 그리움 등등......
많고 많은 그리움 중에서도 인생의 반려자에 대한 이별의 그리움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 이별이 다시는 동행하지 못할 이별이라면 그 그리움의 깊이는 헤아릴 수조차 없겠지요.
그리움으로 밤을 하얗게 새워 본 적이 있나요? 뒤란을 스치는 바람소리, 창문을 노크하는 달빛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나요?
갑자기 찾아오는 오래된 사랑의 부재는 그 사실조차 믿지 못하게 합니다. 정다움의 크기만큼 그 공허함도 비례합니다. “제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고 믿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시인의 안타까운 마음이 오롯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사랑하는 임의 부재는 시인에게 공허한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임과 함께 한 세상의 모든 추억, 이야깃거리 등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의 부재는 나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여 세상의 모든 신호가 당신이 돌아오는 소리로 환치됩니다. “초인종 소리”조차도 “당신 오시나/ 두근거리”게 합니다.
사랑의 힘은 지구의 자전, 공전의 힘보다 위대합니다. 그런 사랑의 힘을 가슴 한가득 담고 사는 사람의 힘은 더욱 위대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사는 세상일수록 가을 햇볕은 더욱 따사롭고 하늘색은 더욱 청명할 것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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