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74)
매미가 울면 마음은 절판된다
박지웅(1969~ )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읽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읽는 것이다
칠년 만에 받은 목숨
매미는 그 목을 걸고 읽는 것이다
누가 이보다 더 뜨겁게 읽을 수 있으랴
매미가 울면 그 나무는 절판된다
말리지 마라
불씨 하나 나무에 떨어졌다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74번째 시는 박지웅 시인의 “매미가 울면 마음은 절판된다”입니다.
때가 때인지라 여기저기서 매미소리 요란합니다. 매미의 일생을 생각하면 처절하기 그지없는 외침입니다. 옛날 시골 툇마루에서 듣던 매미소리와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듣는 매미 울음소리는 지나온 시간의 두께 만큼 그 차이도 확연합니다. 매미도 나이를 많이 먹었나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때의, 햇볕 뜨거운 대추나무를 움켜쥐고 울었던 그 울음이나 지금 아파트 방충망을 부여잡고 우는 소리는 모두 똑같이 처절하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매미가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라 “들키려고 우는 것”이 왜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7년을 기다렸다가 일주일 밖에 살 수 없으니 생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매미가 밤낮 없이 울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게으른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한이 없습니다.
저렇게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울고,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읽”고 있으니 그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이 누구리오. 그 누가 이들처럼 “목을 걸고” 사랑을 염원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랑이라면 돌 같은 사람이라도 움직일 수 있겠지요.
이러니 “매미가 울면 마음”이 “절판”되는 건, 당연한 이치. 그 절절한 사랑법은 나무까지 활활 타오르게 하네요. 지독한 사랑은 멀리 있지 않네요.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19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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