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인보

미용에 시를 엮다-여수 송정현 원장-

불량아들 2020. 1. 17. 17:05

미용인보(美容人譜)12

 

미용에 시를 엮다

여수 송정현 원장

 

고은 시인은 주위 사람들 만 명을 대상으로 시를 짓고 <만인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이는 시인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단적인 예이다. 기자는 이를 차용하여 주변 미용인에 대한 시와 스토리를 매달 한 편씩 쓸 예정이다. 그 중에는 성공한 미용인도 있을 것이고 동네에서 나 홀로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기자에겐 모두 소중하고 고귀한 미용인 자산이다. 그 분들과 함께 한 생활이 기자에겐 기쁨이고 행복이다. 우리는 미용으로 엮어진 떼려야 뗄 수 없는 미용가족이니까.

     이완근(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alps0202@hanmail.net

 

미용을 하며 시를 쓴다는 것

-송정현 원장

 

머리를 한다는 것은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는 뜻이지

고귀한 생각은 고귀한 용모에서 나오지

시를 쓴다는 것은

마음을 정화한다는 뜻이지

정화된 마음에서 아름다움은 비롯되지

미용을 하며 시를 짓는다는 것은

인간의 내, 외적 아름다움을 합치는 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안 되는 일

사물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안 되는 일

여수, 섬을 돌며

이웃과 사물과 땅과 바다의

모든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생명을 넣어주고

날개를 달아주고 있었나니

거룩한,

그대의 손

 

 

관계라는 것

 

사람의 관계란 참 묘하다. 오래 알아서 친숙하고 정갈 나는 맛이 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래 알아온 사람처럼 느껴지는 관계도 있다. 알아갈수록 손해 보는(?) 것 같은 사람도 드물지만 있다. 오래오래 사귀면 사귈수록 구수해지는 관계가 제일이긴 한데 그게 어디 사람 마음먹은 대로 되랴. ‘유유상종이라고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잘 어울리긴 하는데, 그 밥에 그 나물끼리 치고 박고하는 오늘날 우리 정치권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긴 사람 관계에서는 절대적 관계는 없고 상대적 관계가 모든 것을 우선 하리라.

 

시집 꽃잎을 번역하다를 받다

 

서설이 길어졌다. 기자가 여수의 송정현 원장을 안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6년 여름이 시작되기 전 어느 날, 잡지사로 시집 한 권이 도착했다. 이름도 생소한 송정현 원장의 시집이었다. 리토피아에서 출간한 시집명은 꽃잎을 번역하다”.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시집도 양장본으로 깨끗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시집을 볼 때 출판사를 따지는 편이다. 리토피아는 시인들 사이에서 일급은 아니지만 괜찮은 출판사로 알려져 있는 편이다. 자서를 보니 맹랑하다. 시들도 편편이 걸작이다. 해설을 쓴 최광임 시인의 말마따나 은유로 표현한 시어들의 관계 탐색이 보통의 솜씨가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미용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나중에 알았다. 마침 <미용회보>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을 통해 좋은 시 한 편씩을 매달 소개하고 있던 기자는 송정현 원장의 시 가을을 읽다를 그 해 12월호에 소개했다. “나는 눈물이 날 때나 그리울 때/ 가을 같은 엄마를 그리워한다// (중략) // 비우고 가벼워진 나무의 모습은/ 엄마를 닮았다참 좋은 시였다. 그때의 기억이 새롭다.

 

<갈무리문학회> 작품 중 장원 차지

 

이후 우리는 종종 통화하게 되었다. 송정현 원장은 여수 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는 시인들의 동인지가 나오면 기자에게 보내왔다. 한 번은 <갈무리문학회> 동인들의 작품을 무기명으로 보내와 장원 한 편을 뽑아달라는 부탁도 했다. 기자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었고, 나중에 기자가 뽑은 작품이 자기 시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기자의 잡기장을 찾아보니 그때의 일을 기록해두고 있다.

 

이번에 갈무리문학회 동인들이 사찰을 방문하고 각자의 시를 썼습니다. 무기명으로 올라온 8편의 시 중에서 한 편을 추천해달라는 말을 듣고 난감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읽어보니 역시 갈무리문학회 동인들의 필력이 대단함을 넘어 각자의 영역을 튼실하게 구축하고 있음에 놀랍니다.

한 편만 추천해달라는 당부에 통도사를 뽑습니다만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도사는 16행의 짧은시(?)에도 불구하고 통도사의 내, 외적 모습을 잘 아우르고 있습니다.

사찰을 짓고 그곳에서 수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처님 뜻을 전하고, 그 뜻에 따라 살게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이 시는 아우라 비범하게 길 잃은 중생 포근히 안사방의 문을 열어 외인을 들이고” “연꽃 피꽃향내 진동하게 하고 염불소리/ 전국 방방곡곡으로 가” “단아하게 앉아 있는 통도사의 의미를 찰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도사를 다녀온 지 오래된 필자에게 마치 통도사를 안내하는 길라잡이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네요.

잘 익은 여행 시는 어떤 여행가이드 책자보다 낫다는 말을 다시금 새겨보게 하는 갈무리문학회의 이번 사찰 여행 편이었으며, 사찰에 대한 인식의 폭을 한결 깊게, 넓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밝힙니다.’

 

장황하게 기자가 그때의 기록을 상기하는 이유는 심사의 공정성을 말하려는 것은 두 번째고 송정현 원장의 시적 깊이와 시력의 높이를 다시 한 번 음미하려는 의미가 크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는 것을 이제 아시겠는가.

 

대전에서의 만남

 

기자는 미용 일을 핑계로 시에 대한 얘기를 핑계로 송정현 원장과 적지 않은 대화를 가졌고, 미용에, 시에, 미용장까지 하고 있던 송정현 원장과 대전에서 만났다. 한국미용장협회의 <한마음 미용장 체육대회>였다. 처음 본 그녀에 대한 소회는 소녀였다.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다움이 물씬 풍겼다. 책가방만 매고 있다면 여고소녀에 진배없었다. 씩씩함도 보였다. 응원에 열중하는 송정현 원장은 승부사 기질도 가지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점심시간 때 막걸리 몇 잔도 주고받았던 것 같다.

한 번은 송정현 원장이 여수에서 집채만 한 문어를 보내왔다. 그야말로 다리 굵기가 어린이 팔뚝만 했다. 막걸리의 최고 안주감이 문어 아니었던가! 손이 큰 우리 와이프는 동네방네 퍼 날랐고 여수 원장은 우리 동네의 히어로가 되었다. 정이 많은 송정현 원장은 고객들로부터 일 하는 게 너무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미용 일 자체가 좋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객들과 교감, 행복한 삶 영위

 

송정현 원장은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15년째 숍을 운영 중인데 그 비결은 욕심을 조금 줄여서 일을 지치지 않게 하고 단골고객들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눌 수 있어서라고. 7년 전쯤 생각지 않은 수술을 했었는데 농협에 근무하시는 단골고객께서 단감 한 박스를 어깨에 둘러메고 병문안 오신 걸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한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펌이나 커트를 하기 위해 방문하고 가끔 계절 과일을 챙겨주고 있다니 그 원장에 그 고객이다.

 

작년 2월이었던가. 기자는 4월호 기획을 하면서 표지 연출을 송정현 원장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연락을 했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볼 기회를 갖고 뒤풀이로 막걸리도 함께 하기 위해서였다. 송정현 원장은 신나게 올라왔고 멋진 작품을 연출해주었다. 촬영 후 미용인 여럿이 모여 뒤풀이를 걸판지게 했던 것은 물론이다. 마음에 맞게 일을 하고 흥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이던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항일을 하자니 몸이 고단할 것 같고 친일을 하자니 마음이 고단할 것 같고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 , ,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다 멎는 곳에서 죽는 것이 나의 꿈이라면 꿈이요.” 드라마 미스터 썬사인휘성의 이 대사를 좋아한다는 송정현 원장은 시()에 대해 묻자,

나에게 시작이란 놀이와 같다. 좋아하는 무용한 것들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는 놀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꺼내 노는 나만의 놀이!!”라고 답한다.

어떠한 경지에 오르지 않으면, 나만의 세계를 가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대답, 기자는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미용인을, 시인을 기자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오래되지 않았으나 오래 사귄 사람만큼 믿음이 가는 사람, 무슨 얘기를 해도 내편이 되어 줄 것 같은 사람, 술 취해 횡설수설하더라도 나무라지 않을 것 같은 송정현 원장이 미용계에 있기에 마음 따스하다.





송정현 원장 활동사황

 

*대한미용사회중앙회 기술강사

*한국미용장협회 미용기능장

*문예 창작지도자 자격 취득

*교원자격 취득

*전남 도지사배 1,2 회 심사위원

*2014년 국제 한국 미용페스티벌 헤어쇼 참가

*2017년 전남 도지사배 헤어쇼 참가

*2019년 광주 광역시 시장배 심사위원

*한국미용장협회 헤어아트 전시회 참가

*“뷰티, 예술을 입고 춤추다기획 연출, 공연

*주승용 국회의원 표창장 수여

*여수 민선 6기 제 43‘1일 시민시장위촉

*여수일보 송정현 미용장의 머리카락 이야기컬럼 연재

*여수 미평동 현 주민자치위원

*여수 미평동 체육회 전 육상감독 시민체육대회 종합 1,2위 달성

*한국 문인협회 회원

*여수시 시민 백일장 장원

*시집 꽃잎을 번역하다

*공저 여수, 섬에 물들다”, “여수의 바다는 달고 푸르다”, “그림자로도 저 많은 꽃을 피우시네

 

<뷰티라이프> 2020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