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철없는 동네 주민

불량아들 2020. 8. 6. 16:40

철없는 동네 주민

 

우리 부부는 동네 산책을 자주 한다.

저녁을 먹고 손잡고 도란도란 동네 구경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동네를 걸으면서 걱정도 늘어간다. ‘이 안경점은 오늘도 손님이 없네. 어쩐대.’ ‘여기보다는 지난 달 오픈한 빵집이 문제야. 1~2층 세가 350만원이나 된다던데...’ ‘저 친구는 오늘도 졸고 있네.’ ‘이 미용실은 너무 훤해. 전기세도 나오지 않겠다.’ ‘꽃집을 이렇게 크게 해서 타산이 맞겠나?’ 등등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는 걱정들이다.

 

가끔 즐거운 풍경도 보인다. 손님이 꽉 찬 식당이 보이면 신이 나고, 며칠 전 오픈한 꽈배기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보면 행복하다.

 

손님이 없어 카페 앞 길가에 나와 있다가 산책하는 우리 부부를 보며 한잔 하자고 반갑게 발길 잡는 카페 여주인이 있어 더 행복하다.

오늘은 내가 삐끼 했으니 맥주 값을 내지 말라.’는 여주인과 아니다 오늘 마신 술값은 우리가 내야 한다.’며 서로 실랑이 하다가 그럼 더 한잔하며 결국 새벽까지 마시는 우리는 철없는 동네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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