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칼럼

인간관계론

불량아들 2020. 11. 23. 12:11

Editor’s Letter

 

인간관계론

 

미용잡지를 이십 수년 간 만들어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사람에 대한 욕심이 많은 기자는 소개받은 이나 소개해준 이 등 많은 분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왔습니다. 물론 기자도 소개를 해준다거나 친분관계를 맺게 해주는 등 좋은 사람들, 필요한 사람들을 엮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협조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애매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A씨가 B인 기자에게 C씨를 소개했을 경우입니다. 상식적으로는 A, B, C씨가 서로 격의 없이 지낼 때까지는 C씨는 B인 기자를 만나거나 연락할 때 적어도 A씨를 통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기자인 B가 C씨를 어느 정도 파악하기까지에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만남에서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았다하더라도 C씨가 기자에게 연락할 때는 A씨를 거치거나 양해를 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난사람, 든사람이 아닌, 된사람이거나 괜찮다 싶은 사람들은 이 원칙 아닌 원칙을 근본적으로 잘 지킵니다. 꼭 인간성이 안 좋아 보이는 사람들은 이 관계를 무시합니다. 소개시켜주면 다음 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A씨를 제치고 B인 제게 곧바로 전화해 무척 친한 척하며 다른 부탁을 하는 덜 빠진 인간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다른 데서도 똑같습니다. 이런 사람들 전화를 받으면 기자는 “C8 인간성 글러먹었군.” 속으로 생각하며 기자의 핸드폰 속에서 전화번호를 지워버립니다.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는 게 사람의 태도입니다. 그런 사람들 치고 성공하는 이들을 못 봤습니다. 빈 수레가 굴러가는 소리 요란하듯이 허세만 가득 세우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됩니다.

 

역으로 B인 기자가 A씨에게 C씨를 소개해줄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C씨가 A씨를 전부터 잘 아는 듯 행동하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A씨가 유명인이라면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미 소개한 B인 기자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럴 때도 기자는 C를 핸드폰 명단에서 지워버립니다. 이런 사람들은 오래 사귀어봤자 인간관계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인간관계는 중요하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게 요즘 세상입니다. 인간관계를 잘 지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를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두서없이 끼적여 보았습니다.

                                                                                          이완근(편집국장alps0202@hanmail.net

 

 

가을 부자

 

개 짖는 소리

장닭 우는 소리

가을바람이 다 실어가

나뭇잎에 물들이고 있는 새벽

 

어머니는

전기를 아껴라 아껴라 하시면서

자식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현관불을 밝히셨다

딸내미가 귀가하지 않았는지

우리 집 거실불이 새벽까지 환하다

 

그리움에도 이자가 붙는다면

나는

부자다

 

<뷰티라이프> 2020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