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

자작나무 인생-나석중-

불량아들 2021. 5. 27. 10:40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95)

 

자작나무 인생

나석중(1938~ )

 

흰 허물을 벗는 것은

전생이 뱀이었기 때문이다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보다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이 더 크리라

 

눈은 있어도 보지 않는다

입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속죄를 해도 죄는 남고

허물 벗는 참회의 일생을 누가 알리

 

몸에 불 들어올 때나 비로소

자작자작 소리를 내는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95번째 시는 나석중 시인의 자작나무 인생입니다.

 

숲은 우리에게 항상 경외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숲길을 걷는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맞는 일이기도 합니다. 숲에는 우리 마음을 정화하는 모든 것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시인은 숲길을 걸으며 자작나무를 봅니다. 많은 나무들 중에 왜 하필 자작나무가 보였을까요?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타는 모습이 먼저 보였을까요, “흰 허물을 벗는자작나무의 껍질을 먼저 보았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작나무와 뱀을 중첩해서 읽는 시인의 마음이 무겁고 중요합니다.

 

배때기로 흙을 기는 고통이나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눈이 있어도 보지 않입이 있어도 말하지 않는우리 여인들의 모습과 진배없습니다. “속죄참회는 뱀과 자작나무의 공통된 운명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생각은 한 단계 도약합니다. 우리는 과연 자작나무처럼 반성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배때기로 흙을 기는 뱀이나 붙박이로 서 있는 고통을 안고 속죄와 참회를 하고 있는 저들을 본받고나 있는가.

몸에 불이 들어올 때나 비로소// 자작자작 소리를 내는것은 자작나무가 아니라 깨달음이 늦은 우리들이 아닐지...

 

자작나무와 뱀의 교묘한 중첩성으로 많은 상징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시, “자작나무 인생이었습니다. 이제 숲에 가면 자작나무에 경배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1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