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봄날의 상념
4월 중순경부터 시작한 극심한 허리 통증으로 집 근처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병원에 허리를 꾸부정하게 하고 들어가서 주사를 맞고 병실에 누워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만발하기 시작한 벚꽃을 구경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의 집 주변으로는 벚꽃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꽃은 하느님이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지상에 내린 불빛이라고 평소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성북 천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나무들은 만개하기 시작하면 황홀함을 넘어 별천지를 느끼게 합니다. 저녁마다 아내와 손잡고 성북 천을 산책하는 재미는 삶의 행복함을 더하기에 충분합니다.
이런 한 때에 허리 통증으로 병실에 누워 있으니,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요. 한편으로는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속담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건강관리를 잘 못했다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잡기장을 뒤져보니 작년 5월 17일에 똑같은 증상으로 119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갔던 기록이 있습니다. 그때는 입원해서 두 가지 시술을 동시에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 년 만에 재발한 것인데, 작년과 다른 점은 올해는 119구급차 대신 아장아장 걸어서 병원에 갔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쾌차하였습니다. 병원 입원 시 개인 SNS를 보시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전화와 문자, 카톡 심지어는 직접 찾아오셔서 염려와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진심어린 감사 말씀 올립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허리 때문에 고생하신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치료 방법도 그렇게 다양할 수가 없었습니다. 각기 해주신 경험담은 조금만 보태면 한 권의 책은 족히 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의 관심과 응원이기에 그 고마운 마음 또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이웃이나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잊고 삽니다. 특히 우리 미용계나 문학계는 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온갖 꽃들이 차례를 바꿔 보기 좋은 장면을 연출하는 멋진 날들의 연속입니다. 각기 건강에 신경 쓰셔서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시길 빌어 마지 않습니다. 이완근(편집국장 alps0202@hanmail.net)
같이 울다
지하철 내려가는 계단
할아버지 한 분이
철 손잡이를 잡고 조심조심 내려오다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고통이 얼굴에 퍼지고
입으론 짐승 같은 소리를 낸다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급히 달려와
도와주며 할아버지를 가만히 보시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허리통증으로 119에 실려 간 적이 있던 나도
따라 울기 시작했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이었다
<뷰티라이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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